제13회 교육주간 (2018.5.21.-5.27.) 담화문
“사람 앞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으니, 어느 것이나 바라는 대로 받으리라.”
(집회 15,17)
생명 존중은 가톨릭 교육의 핵심!
사랑하는 교육자, 학부모, 그리고 청소년 여러분,
2006년 한국 천주교회는 교육 주간을 제정하여, 학교 교육이 추구할 올바른 방향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또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가톨릭 교육자, 학부모, 청소년의 역할을 강조하여 왔습니다. 이번 제13회 교육 주간에는 학교 교육의 핵심 내용인 생명 존중 교육의 실천에 관하여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1. 학교는 생명 존중의 공동체
과거와 비교할 때 오늘날 인권과 생명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생명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권과 인권 보호에 대한 공감과 노력이 부족합니다. 최근에 교회가 대대적으로 전개했던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 운동’ 과정에서 목격했듯이, 여전히 생명 존중에 반하는 법률적, 사회적 풍토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회 조직의 하나인 학교 또한 이런 사회적 풍토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학교 교육의 최우선 사명이 연약하고 미성숙한 아동과 청소년의 생명권과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임에도, 여전히 학교 현장은 편견과 혐오, 차별과 경쟁, 따돌림과 성폭력 같은 갖가지 반생명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학교가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배우고 실천하는 생명 존중의 공동체임을 천명하여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학교는 하느님의 선물인 환경과 생명을 적합하게 받아들이고 보호하며 발전시키는 ‘생태 시민 의식’을 형성하는 곳이라고 하셨고(회칙 「찬미받으소서」, 211-213항 참조), 또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 헌장’(2006)은, 가톨릭 학교의 모든 교육 과정은 생명 존중 교육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4.1항).
2. ‘책임 중심’의 생명 존중 교육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요즘 대부분의 학교들이 성, 건강, 약물 문제에 관한 보건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 교육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매우 부족하며, 그나마 고학년으로 갈수록 실시율이 상당히 낮아집니다(『학생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자료집』, 2017, 14-15면 참조). 특히 보건 교육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인 성교육은 그 방향성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최근 ‘낙태죄 폐지 반대’와 관련된 교회 안팎의 논쟁을 염두에 두면서, 학교의 올바른 성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 간단한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기존 성교육은 피임, 성희롱과 성추행 등 예방 차원을 강조하다 보니, 아동과 청소년에게 ‘성은 나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교육은 성의 도구화, 상품화, 폭력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기 전에, 학생들이 성의 아름다움, 성스러움, 존엄함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성은 생명의 주인이신 사랑과 선의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모든 인간에게 있음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학교 성교육은 예방을 넘어 책임의 관점에서 실시되어야 합니다. 기존 성교육은 성의 오남용 예방을 강조하다 보니 자칫 피임 교육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교육은 학생들에게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고 피임 도구의 사용을 부추기는 듯이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교육은 성의 오남용이나 피임 중심이 아닌, 사랑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임신과 출산과 양육을 위한 미혼부와 미혼모의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양육 책임법 등 관련 법률도 충분히 가르쳐야 합니다.
3. 생명 존중의 학교 교육 실천
주교회의 교육위원회는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하신 그리스도의 복음이 학교 안에 널리 전파되기를 바라면서, 또 학교 공동체가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이에 봉사하기를 바라면서(회칙 「생명의 복음」, 5항 참조), 학교 교육 현장에서 다음 사항을 실천하도록 촉구합니다.
1. 학교를 생명 존중의 공동체로 만듭시다.
2. 모든 교육 과정을 궁극적으로 생명 존중 사상과 실천으로 연결시킵시다.
3. 성교육에서, 성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 등 긍정적 측면을 먼저 강조합시다.
4. 성교육에서,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책임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일하며, 특히 남성은 아이와 산모를 보호할 책임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합시다.
여러분에게 주님의 넘치는 은혜가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2018년 5월 교육 주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 문 창 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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