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사목교서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피조물을 돌보며 함께 걷는 공동체
사랑하는 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1.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과 일터에서 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제한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사목에 임해 주신 신부님들과 신앙생활을 꿋꿋이 해오신 신자 여러분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난 2월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교구가 나아갈 길을 기도 안에서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제 연수, 사제 평의회, 사목 평의회 등을 통해 교구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우리 교구가 나아갈 방향과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경청과 식별을 통해 2023년 우리 교구가 나아갈 길을 여러분들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성사 생활을 통한 신앙 성숙
2.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간을 보내면서 신앙의 가장 중요한 성사 생활, 특히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에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이신 성자를 이 세상에 파견하시고, 그분의 죽음과 부활로 죄의 용서와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 그리스도께서는 이 은총을 교회 안에 성사로 전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날 밤 사도들에게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6-28)라는 말씀으로 성체성사를 세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라는 말씀으로 친히 고해성사를 세워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해성사로 죄의 용서를 받고, 성체성사로 주님의 생명을 받아 모십니다.
3. 저는 지난 5월 교구 사제 연수에서 ‘성사 생활의 회복’을 첫째로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은총의 선물인 성사 생활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소홀해졌기에 더 힘주어 말씀드렸습니다. 미사 참례와 특별히 고해성사에 대해 신부님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드리며, 지구별 상황에 맞게 상설 고해소를 운영하도록 부탁드렸고, 신부님들께서 지구회합을 통해 여러 형태의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신부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인내를 가지고 고해소를 찾아오는 교우들을 기다려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고해성사의 은총을 신자들이 풍부히 체험할 수 있도록 본당과 지구에서 교육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구청도 상설 고해소를 운영하면서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4. 올바른 신앙생활은 은총의 원천인 성사 생활로 출발하고 충만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상 안에서 잘 습관된 기도가 동반되지 않으면, 그 뿌리가 쉽게 말라 버립니다. 사목 평의회도 신앙 성숙을 위해 성사 생활과 일상의 기도생활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제안해 주었습니다. 일상 안에서 개인적으로 또는 공동체와 함께 바치는 아침·저녁기도, 성경 읽기와 필사, 묵주기도, 성체조배 등 다양한 신심 활동이 잘 이루어질수록, 성사 생활이 곧 은총의 삶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우리 교구민 모두가 ‘아침·저녁기도 바치기’와 ‘매일 성경 한 장씩 읽기’를 함께 실천할 것을 간곡히 제안합니다.
쉬는 교우 찾기
5.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이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남겨주신 사명입니다. 복음 선교는 교회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이며 또 이를 통해 교회의 생명이 자라납니다. 교회는 주님의 복음을 전하여 세례를 주는 한편,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복음화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세례와 복음화, 이 둘은 그 뿌리가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관련하여, 특별히 ‘쉬는 교우 찾기’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이는 사제 평의회와 사목 평의회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제안되었습니다.
6. 쉬는 교우 찾기는 코로나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교회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세례자 대비 주일미사 참례 비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은 교회로 하여금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삶과 운영 방식, 세례받은 이를 위한 지속적인 양성, 교회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는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성사를 멀리한 신자들뿐만 아니라,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쉬고 있는 교우들이 늘어난 이 상황에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회복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사목자가 직접 그리고 공동체가 그들을 만나서 신앙생활을 격려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실천이 필요합니다.
7. 사목 평의회는 쉬는 교우를 찾기 위해 사목자들이 지속적인 방문·편지·전화와 SNS를 통해 공동체 소식을 전달하고, 쉬는 교우 회두를 위한 본당 행사, 신심 단체들을 통한 권면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주실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 제안들은 무엇보다도 쉬는 교우와의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만남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성탄과 부활을 준비하면서 각 공동체에서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쉬는 교우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회복하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성소, 함께 피워내는 작은 꽃
8. 사제는 온 생애와 존재를 통하여 구원의 신비와 은총을 보존하고 선포하도록 하느님의 불림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선교와 복음화 사명 수행에서 사제 성소는 첫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닮은 사제들을 통하여 많은 이들이 주님께 가까이 인도되고, 말씀과 성체로 이루어진 생명의 양식으로 양육되며 구원의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9. 안타깝게도 이 사제직으로의 초대에 응답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2022년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에는 30명의 대전교구 신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최근 5년간 신학교에 입학한 신학생 수는 연평균 6명입니다. 사제 성소의 위기는 곧 교회의 위기의 중요한 징표입니다. 성소에 대한 관심은 사목 활동의 본질적인 차원이며, 교회 공동체 전체가 사제 성소에 책임이 있습니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해야 합니다. 사제 성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사제 자신입니다. 사제가 먼저 사제직의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느끼게 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기쁨과 희망을 삶을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가정과 본당 공동체 안에서는 어른들의 신앙이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사제성소의 중요한 환경이 됩니다. 사목 평의회에서 청년들은 많은 활동보다 기도하는 어른, 어떻게 사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인지 모델이 되어 주는 어른, 자신의 신앙 체험을 나누어주는 어른들을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른들의 신앙이 젊은이들에게 전수되고 성소의 소중한 꽃을 피워내는 역할을 하길 희망합니다.
10. 성소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수확할 밭의 일꾼을 청하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각 본당과 가정에서 매일 성소를 위한 기도를 함께 바칩시다. 그리고 매월 한 번씩 성소를 위한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해 주십시오. 신부님들과 성소분과장님들은 청소년들에게 지역별 예비 신학생 모임과 프로그램을 알려주고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월 셋째 수요일 저녁 8시 성소국 주관으로 성소분과장과 예비 신학생 부모를 위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적극 참여하여 성소 계발을 위한 소중한 토대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11. 오늘날 교회가 지향하는 시노드 교회의 근본 토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당시에 매우 개혁적이었고, 교회 안팎으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시대의 표징을 드러내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를 ‘하느님 백성’으로 정의하고, ‘보편 사제직’의 개념을 강조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과 ‘보편 사제직’의 개념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동등한 품위를 강조하면서, 교회로부터 받은 각자의 고유한 직무를 통해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사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였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룹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각각의 카리스마는 복음화 안에서 고유한 기능을 합니다. 몸의 한 지체가 다른 지체의 도움 없이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없듯이, 교회가 복음화를 이루어가는 데에 다양한 지체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사목자들이 본당 사목 평의회는 물론 신자들의 다양한 카리스마가 충분하고 조화롭게 발휘될 수 있는 계획을 고민하시고 실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12. 교회의 시노드적 운영이란 이렇게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복음의 빛으로 식별하며 삶으로 옮기는 여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 여정이 오늘날 교회에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시면서, 현재 이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를 2024년까지 한 해 더 연장하여 심도있게 논의하고 식별하시려고 합니다.
13. 교구 시노드를 통해 제출된 최종 건의안을 실행하기 위해 작년에 「시노드 최종 건의안 실행계획서」를 발표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교구 시노드의 열매 중 하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사목 평의회의 재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시노드적 운영을 위해 현재 사목 평의회를 통해 ‘본당 사목 평의회 회칙’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교구 하느님 백성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 더욱 잘 참여하고, 각자가 받은 카리스마를 실천할 회칙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 여정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동의 집을 돌보는 생태적 회심
14. 저는 지난 9월 26일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과 함께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많은 기후학자는 현재 세계가 배출하고 있는 탄소의 양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40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급박한 과제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정책 책임자들이 이를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갔지만, 그 대응 속도는 위기에 비해 매우 느리거나 후퇴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평화의 사도입니다. 평화는 모든 존재가 창조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서로 간에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 곧 하느님의 창조 질서가 우리 가운데 실현되는 것을 말합니다.
15. 저는 2022년 2월에 우리 교구 안에서 생태 질서 회복을 실천하기 위해 「찬미받으소서 7년여정하다」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자는 생태 질서 회복을 위한 세 가지 방향, 즉 ‘의식의 개선’, ‘생활의 개선’, ‘제도의 개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교구 안에서 이를 모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공동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 집 살리기 운동’(원신흥동성당), ‘생태적 회개’(신평성당), ‘생태환경 회복’(산성동성당), ‘탄소중립성당 만들기’(관저동성당), ‘에너지 전환’(천안성정동성당), ‘생명 다양성’(서산동문동성당), ‘제로웨이스트샵’(천안불당동성당), ‘공유 냉장고’(홍성성당), 친환경우리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본당 등 여러 실천들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공동체에 생태적 회심을 위한 실천들을 찾아 적극 시행주시기 바랍니다.
16. 204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는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입니다. 저는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에서 3단계를 제시했습니다. 1단계 2021~23년에는 인식 개선과 홍보, 2단계 2024~30년에는 전기 에너지 자립, 3단계 2031~40년에는 교구의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우선 내년에는 교구의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에너지 진단’을 시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에너지 진단’의 방법은 사회복음화국과 생태환경위원회를 통해서 제공하겠습니다. 그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적지 않은 비용을 요구합니다. 재생 에너지 설치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하여, 구체적인 안을 탄소중립 단계에 맞추어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난한 형제들을 위한 사회복지 활동
17.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와 지원은 복음 정신의 기초로서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가난한 이웃을 위한 나눔과 지원을 통해 친교와 일치를 이루며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모습에 저는 크게 감동을 받고 주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배정된 사회복지기금(7%)이 어려운 이웃과 가정에 잘 쓰여질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연대
18.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기억합시다. 이 전쟁은 비단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 사이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교회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며,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받아야 한다.”(사목헌장, 80항)고 가르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한 나눔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매일 밤 9시 주모경과 함께 성모님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전구 기도를 지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백성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호하심이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2022년 11월 27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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