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세미(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강연) 제84차 강연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2017년 2월 20일(월) 저녁 7시, 대전 전민동성당 2층 성전을 가득 메운 가운데, ‘4.16 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작가와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등 세 명이 발표자로 나서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 등에 대해 발표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8시에 본격 시작된 강연의 첫번째 순서로 나선 오현주 작가는 혜선이, 은정이, 윤희 등 단원고 2-9반의 아이들 3명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다음은 오현주 작가의 강연 내용이다.
『416 단원고 약전』 2학년 9반 소개와
교실이전을 통해 본 기억이야기
2017년 2월 20일(월) 저녁 8시08분@대전 전민동성당 2층 성전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강연회는 저녁 8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오현주 작가는
단원고 2학년 9반에 재학중이던 3명의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래 왼쪽부터 김혜선, 조은정, 진윤희
오늘 제가 드릴 강연은 <4.16 단원고 약전 2-9반 소개와 교실 이전을 통해본 기억이야기>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왜 기억이 중요한가?
왜 기억이 중요할까요? 보시는 표는 1950년대 이후로 희생자 100명 이상을 내게 만든 대형 해상참사의 기록입니다. 1953년 1월 9일 창경호 침몰을 시작으로 세월호는 6번째 사고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작은 해상사고들은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2016년 8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저 곳을 방문하신 분들이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보시는 사진 속 저곳은 단원고 2-9반 모습입니다. 좀 전 동영상을 통해 만난 세 친구들이 저 교실에서 한 달 반동안 울고, 웃고 공부하고, 그렇게 꿈을 키워가고 뛰어놀던 공간입니다. 저 교실에 단 한순간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발을 들이밀고 들어가보면 알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가 무엇인지, 저 많은 비어있는 책상들 위에서 한 명 한 명의 아름다운 아이들 모습과 그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써내려간 편지와 그 편지에 얼룩진 눈물자국들을 보면, 우리는 이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끔찍하고 얼마나 커다란 일인지 단빅에 알게 됩니다. 그러면 생각하게 되겠죠. "다시는 이런 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라고.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강연회가 열리는 전민동 성당 앞에는 오후 5시경부터 서너시간동안 대수천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모임)이라고 불리우는 단체 회원들이 '종북사제 물러나라'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 특별조사위원회 강제종료 당하는 걸 막기위해서 20일동안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며 단식을 하셨습니다. 그 때 안산단원고는 250명의 아이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을 희생시킨 안산단원고는 무참하게도 저교실을, 저 교실에 있던 아이들의 유품을 옮겨버리고 저 교실은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억하겠다고. 잊지 읺겠다고 그렇게 외쳐댔던 우리의 다짐이 너무 미약했나봅니다.
304명의 희생자는 304개의 우주였다는 말을 종종 들어보셨을 지 모르겠습니다. 304명은 대한민국 5천만 중에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은 숫자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304명에게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이 있습니다. 그들의 꿈이 있고, 가보지 못한 미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부모형제가 있고 친구들이 있고 지인들이 있고, 그렇게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304개였고. 304명이 사라진날 그 304개의 공동체가 부셔졌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잃은 것은 304개의 꿈과 304명이 살아서 만들었을 수도 있는 아름다운 304개의 미래와 304개의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304개의 우주가 희생된 거시알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약전이란 단어가 생소하실텐데요. 줄여서 간략하게 쓴 전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들은 원고지 40매 분량, 선생님은 80매 분량으로 써내려간 전기문들을 모아 만든 책들입니다. 전기, 소설, 동화, 편지, 르포, 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집필되어 있고요. 가족과 작가가 협의해서 희생자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 형식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들을 모아 12권의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보시는 이름은 이 약전에 함께 하신 작가들의 이름입니다. 아시는 이름도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작가들이 다 모였습니다. 저희는 이 책을 만들면서 저작권과 인쇄를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이 책에 이 아이의 이야기를 내가 썼다는 것도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주인은 오롯이 아이들과 선생님들이기때문입니다.
[네잎 클로버를 키운 소녀]라는 제목을 가진 책입니다. 좀 전에 보신 동영상 속의 세 주인공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혜선이입니다.
혜선이는 IMF 때 태어났다.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혜선이네 집도 아빠의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천성이 밝은 혜선이는 늘 활기찼다. 엄마는 혜선이가 부러웠다. 언니도 혜선이가 부러웠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아빠,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언니, 덤덤한 성격의 엄마, 가족 넷 중에 필요한 말 말고 진짜 대화를 하는 분위기 메이커는 혜선이 뿐이었다. 이런 부모 사이에서 어떻게 혜선이 같은 아이가 나왔는지 신기할 정도로 밝고 활달하고 애교넘치는 막내였다. 학교 다녀오면 엄마옆에 붙어 그날 있었던 일이며 친구들 이야기를 재잘재잘 들려줬고, 때로는 엄마의 고민상담도 해주더니, 어느덧 같은 여자로 엄마를 이해하는 진짜 친구같은 딸이 되었다. 혜선이의 엄마는 서로에게 영원한 내편이었고, 특히 엄마의 혜선이 사랑은 각별했다.
혜선이는 시각디자이너기 되고 싶어했다. 엄마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시각디자이너는 무엇인가를 그리고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대 진학을 목표로 학원을 보내야 하는데 학원비가 많이 든다고 했다. 한번도 무엇인가를 조르지 않던 무던한 아이 혜선이도 그 때는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그만큼 원하는 일인데, 선뜻 해줄 수도 없는 엄마는 많이 울고 고민하는 혜선이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속깊은 혜선이는 곧 다른 꿈으로 목표를 바꿨다. 언제나 긍정적인 혜선이답게 이것저것 알아보고 궁리를 하더니 1학년 2학기때 조선공이 되겠다고 했다. 배를 만드는 일인데, 그 가운데 시각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좋아했다. 혜선이는 차근차근 꿈을 키워갔다. 교무실을 들락거리며,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 조선공의 세계를 알아보기 시작하더니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진학하겠다고 했다. 친구들도 혜선이를 통해 조선공이란 직업을 처음 듣기 시작했다. 배를 만들고 싶었던 아이 혜선이는 아마도 세월호에 오르자마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구석구석을 다녔을 것이다. 조선공이 되어 배에 탄 자신을 상상하며 누구보다 행복해했을 혜선이가 눈에 선하다.
다음은 미소가 예쁜 은정이를 소개하겠습니다.
다음은 우리 윤희입니다. 윤희에겐 단짝 친구 네명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모두 다섯명의 친구들 이름을 '포에버'라고 불렀습니다.
오늘 제 강연 뒤에 두 분의 강연이 더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늘 이 강연에 오신 분들께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이거 한 가지입니다. 오늘 오셔서 만난 우리 혜선이, 은정이, 윤희 세 아이들의 이름과 우리 세 아이들 꿈과 세 아이들의 얼굴을 꼭 기억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세 아이들을 기억해주신다면 더 이상 이 땅에 세월호 참사같은 끔찍하고 비극적 일은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 강연회가 열리고 있는 대전 전민동성당 2층 성전. 2017년 2월 20일(월) 오후 8시~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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