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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20150618] 김창신 신부강론. ‘분노’하며 깨어있으라!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27.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

6.18.목 - 4일째


‘분노’하며 깨어있으라!

강론 : 김창신 신부(전주교구 노동자・이주사목 전담)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면서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섬이 어디인지 아시지요? 그렇습니다. 제주도지요. 제주도를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런 천연 자연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 강정에 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올레길 7코스이기도 하고, 은어가 서식하고 있으면서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샘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제일 아름답고 물이 풍부해서 일강정이라고 불리웠다고 합니다. 하필 이런 곳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정부나 국방부에서는 그 지역 주민들과 협의과정이나 절차 역시 불법, 탈법적으로 자행하면서 오히려 반대하는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분열시켜서 마을을 두 편으로 갈라놓았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 의견이 달라서 갈라지고 명절에 제사조차도 따로 지낼 정도라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지요.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용역을 고용해서 폭력을 행사하고 공권력은 해군과 공사업체만을 위호하며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메르스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포기한 정부, 세월호 희생자들의 생명을 돈 몇 푼으로 보상하려는 정부, 대다수의 국민은 대기업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안일하고 몰상식한 정부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런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이 정부에 우리가 요청하고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국민의 안전과 생명권, 왜곡된 역사가 아닌 참된 역사를 바탕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 환경의 소중함, 사람 중심의 민주주의를 이 정부에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믿어왔던 이 정부가 국민에게 준 것이 무엇입니까? 국민은 국가를 위해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소중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각자의 일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국민의 세금을 외교나 투자라는 명목으로 몇 조원씩 날려버리고, 이를 밝혀내기 위한 어떤 의지도 없이 권력의 몸통을 그대로 둔 채 그저 꼬리자르기로 끝내버리고, 군대에 보낸 아들은 원인 모를 죽음으로 돌아오고, 기업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 정부정책으로 노동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땅을 뒤로하고 공장 굴뚝으로, 전광판으로, 철탑으로 올라가서 생존권을 외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정부에게 우리가 무엇을 바랄 수 있습니까? 메르스 감염으로 국민들이 죽어 가는데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저 숨기고 감추고 왜곡하고 유언비어 배포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고 처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까? 국가 경쟁력 떨어질까 걱정하며 괜찮다고 홍보하고 다니면 그 말을 국민들이 믿을 것 같습니까? 이제 그런 가식적이고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 목매한 행보는 그만하시고 진정한 마음으로 국민을 돌보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당신의 마음에는 국민을 향한 존경심과 사랑이 있습니까?

 

강정에서 만난 벤쟈민이라는 미국 청년은 해군기지 반대를 부르짖다가 결국 강제 출국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가 준 책 한 권이 있는데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분노’의 개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특별히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향하여 가져야 하는 관심과 그 사회를 바꾸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분노’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권력과 부에 의해 지배되고 조정되어 나가는 사회 안에서 점점 인간의 살 권리와 복지가 축소되어 감을 비판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 특정 소수의 이익보다 일반의 이익이 우선되는 사회, 부가 정의롭게 분배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운동을 이끌어나가는 움직임이 오늘날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른바 ‘젊은이’들에게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윤리, 양심에 입각한 젊은이들의 사회운동과 움직임이야말로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동시에 ‘분노’가 ‘비폭력’의 원칙에 의해 표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별히 그러한 방법으로 정의로운 정권을 창출해 내기 위한 ‘투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정당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에 모두 동참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자의 외침은 바로 지금 우리의 정치와 사회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메가폰 노릇을 하고 있는 언론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권력자와 부자들을 위한 언론이 약자의 현실을 왜곡하고 특정 권력을 위한 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고 ‘분노’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회, 사회의 약자를 위한 인권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분노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행사하며,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의 오만과 횡포, 불법과 탈법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국민의 권리이자 심판인 투표를 통해서 단호하게 표현해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의 진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과 상처, 이 상처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은 이제 더 이상 소극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실을 외치며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분노’하며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국가가 진정한 국가의 꼴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로지 ‘국민의 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 중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기도가 오늘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이루어지고 구현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요? 우리 각자가 자유와 평화, 참된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참되고 의로운 ‘분노’를 통해서 깨어있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통해서 기원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간청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이루어주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 뜻에 순종할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하면서 오늘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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