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빈민사목위원회
경악과 탄식
용산 폭력진압 사태에 대한 성명서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의 탄식과 울부짖음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에서 경찰들은 생계대책을 마련하라며 농성 중이던 오십 여명의 철거민을 상대로 물대포와 경찰 특공대를 동원한 폭력진압으로 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존엄한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으로 경악하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추운 겨울에 강제철거가 금지된 방침과 상식을 무시한 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할 국가 공권력이 오히려 폭도를 진압하듯 특공대를 파견하여 마지막 삶의 보루를 무너뜨리고 집 없는 이들의 절규를 짓밟아 버리는,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나 가능한 사태가 재현되었다.
주거 생존권을 위협하는 강제철거는 우리 사회 안에 반세기가 넘게 도시 서민의 아픔과 눈물로 이어져 왔는데 이제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힘없고 가난한 생명까지 집단적으로 앗아가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개발과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 보다 우선하고, 이익을 목숨 보다 중시하는 사회풍조가 이어지면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과잉강제진압이라는 불법을 승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더욱이 유족들의 권리와 동의도 무시한 채 희생자의 부검을 임의로 강행하고, 철거용역이 휘두르는 폭력은 방조하면서 세입자들의 폭력 방화 행위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며, 대화와 설득은 없고 오직 살인적인 물대포와 특공대에 의한 폭력 진압만이 대응인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자신들의 절규를 외쳐온 이들, 그리고 이번에는 목숨을 살려달라고 화마를 피해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면서 이제 우리 사회는 정의가 실종될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예수님께서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시고 정의를 바로 세우시고자 이 땅에 오셨다(루카 4,18~19; 히브리서 1,9 참조). 그러나 현재 가난한 세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재개발 정책이다. 뉴타운 재개발을 위시한 서울시의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재개발 지역의 절대 다수인 세입자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경제 살리기를 위해 서민은 죽고 부유층만 살아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외치고 있으며, 대대적인 감세 정책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도 경기침체와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무엇보다 인간이 존중되고, 인간이 목적을 위해 수단이 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외면한 채 오직 개발이익에 편향된 정부의 주택정책, 특히 뉴타운 사업을 비롯한 모든 재개발 사업은 세입자들과의 합의를 통하여 시행하도록 제도화 시키지 않은 한 모든 재개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둘째, 강제철거와 폭력진압으로 불러온 오늘의 사태에 대해 정부는 엄중하게 책임지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여, 정부와 당국의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동시에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2009년 1월 2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빈민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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