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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20150518] 김다울 클레멘스 신부의 정세미 강론 - 내가 세상을 이겼다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27.

제51차 정세미(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

2015/5/18(월) 저녁 7시, 김다울 신부 강론

대전교구 2015년 정세미는 천안아산 지역(둘째 월요일)과 대전 지역(셋째 월요일) 두 곳에서 매월 1회 개최하고 있다. 


김다울 클레멘스
오늘 복음말씀(요한 16,29-33)은 제가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32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33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실제로 우리 각자도 신앙생활하며 어려운 일을 겪습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말씀을 따르면 우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지만 세상을 이긴 주님 안에서 평화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이겼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길 것이다'가 아니라  '이겼다'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세상에서 겪는 모든 것들과 신앙 생활을 하면서 겪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예수님께로부터 위로를 받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어떤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간혹 신자분들에게 기억이 참 중요합니다라는 말씀 드리곤 합니다. 출애굽을 보더라도 하느님으로부터 출애굽을 하며 해방된 사건을 겪는데, 이들이 광야에 있으면서 자주 잊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까 유다인의 파스카 축제는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축제일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각자 세례받고, 신앙생활 하며 체험한 것들 기억해내고, 끄집어내고 현재화할 때 우리는 신앙 안에서 하느님을 잊지않고 사는 원동력을 얻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과 역사는 매우 소중합니다. 어찌보면 우린 기억과 역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 오일팔(5.18)이 일어난지 35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로 머리에 남는 것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신학교 들어가기 전에 일반 대학에 들어간 스무살 때, 맨 먼저 배운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그 노래를 아시죠? 저는 그 당시 그 노래가 뭔지 모르고, 고교 졸업하고 아무 생각없이 대학교 들어갔더니 얼굴 처음 본 4학년 선배가 "잠깐만 주목해주세요!" 하더니 악보를 툭툭 나눠주고는 가르쳐준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5.18 때 만들어진 노래인 줄 알았고, 자주 불렀죠. 학교 있을 때 그랬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은 몇 년이 흘러서 망월동 묘역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기억이 제게 생생히 남아 있는데, 20주년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전 해인가 즈음인데, 묘역을 갔는데, 그 입구 앞에서 리플렛을 나눠주는 여학생 2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뭐하는 분들인가 물어보니, 안내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하는 겁니까?"하고 물으니까, "자원봉사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하는 겁니다. 망월동 묘역의 신 묘역 쪽을 가면 그늘도 별로 없는 땡볕입니다. 게다가 5월의 땡볕에 하루종일 서 있는게 굉장히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서, 자진해서 봉사하고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5.18을 더 알리고, 뭔가 기여하고 싶어서 자원봉사를 하는 거랍니다. 그래서 나이를 물으니 스무살 새내기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난 뭐했나? (그 나이에 저는) 선배들 군대 간다고 술마시고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에 대한 그 체험은 대단히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것을 상상해본다면, 그 여학생들이 이제 30대 중반 쯤이 되었을 것이니 아이들을 낳았다면 자기 자녀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려주었을 겁니다. 5.18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기억과 봉사에 대해서.

저와 같은 어떤 20대는 술 먹느라 청춘을 허비하지만, 어떤 이는 바로 그 역사의 현장 안에서 역사를 기억하며 보내는 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은 사람을 더 성숙시켜줍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매번 찐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지는 못하겠지만, 단 한번이라도 그런 체험을 했다면 그것으로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신명기를 비롯한 성경에서 예언자들이 잊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가슴에 새기라는 것입니다. 

오늘 강의도 기억에 대한 것, 역사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신앙생활에서 대단히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체험들을 잊지 말았으면합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 안에서 잊지 않도록 합시다

내가 세상을 '이길 것이다'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진리가 세상을 이겼고, 생명이 죽음을 넘어서 세상을 이겼고, 예수님이 가신 그 길로 인해서 그 길을 통해서 세상을 이긴 것입니다. 우린 그 신앙의 증인들입니다. 그래서 삶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고 용기를 내었으면 합니다. (끝)

버드내성당에서 2015년 5월 18일(월) 저녁 7시에 열린 미사(정세미)는 시장사목 전담 김다울 신부의 주례로 열렸다. 

제대 가운데 김다울 신부가 보이고, 우측에 버드내성당 주임 한정현 스테파노 신부가 서있다. 



2015-5-18 버드내성당 월요저녁 7시 미사

버드내 성당(주임신부 한정현 스테파노)에서 열린 제51차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정세미)>의

김다울 신부님 강론이며, 필자의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된 것이므로, 실제 말씀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미사에 이어서 작가이자 성공회대 교수인 서해성의 정세미 강연이 7시 45분경 시작되었다.




  1. LECTURE Link
  2. [20150518] 서해성 교수의 '역사를 잊지 않는 민족' 강연 (버드내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