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5일
4.16 세월호 참사 후 2년, 희생자 추모 성명서
“돌을 치워라!” (요한 11, 39)
1. 거짓과 기만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여전히 2014년의 그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어났는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간단한 교통사고조차도 그 원인파악과 진상규명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수백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그저 감추고 왜곡하고 속이기에 급급합니다. 과연 진실을 감추려는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유해를 조속히 수습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참사 책임자들에게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2. 불의와 탐욕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자연재해나 우연한 사고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불의와 탐욕이 빚어낸 초대형 참사입니다. 인간보다는 돈을 더 우선시하며 관계보다는 체제를 더 우선시하며 협력보다는 권력을 더 우선시하는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는 회개해야 합니다. 인간을 도구화하고 돈과 권력을 우상화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인간 삶의 풍요는 더 많은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에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믿음을 세상을 향해 선포하고 실천해 나감으로써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증거할 것입니다.
3. 망각과 무관심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 참사는 2년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슬픔이요 아픔입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됩니다. 기억하지 않는 참사는 재현됩니다. 외면해버린 슬픔은 가시지 않고 무시해버린 상처는 아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라보고 기억해야 합니다. 잠들지 않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망각과 무관심이 아니라 기억과 관심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무관심의 세계화가 만연한 세상입니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갑니다. 이제라도 우리는 강도 만난 사람에게 다가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그 모범을 본받아야 합니다.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이 세상은 조금씩 치유되고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4. 죽음과 절망의 돌을 치워라!
세월호는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무고한 생명이 불의와 탐욕에 희생된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죽음의 상징이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죽음을 넘어선 새로운 삶, 절망을 넘어선 새로운 희망을 이루어내라고 촉구합니다.
세월호는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사람입니다.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갔던 그들은 우리에게 서로를 살리는 연민과 사랑을 호소합니다. 이 땅의 고통 받는 이들, 죽어가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살려달라고 호소합니다.
이 호소에 응답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살리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죄로 포기되지 않고, 우리 죄로 인한 죽음으로써 끝나지 않고 다시 살아나서 여전히 우리를 그 사랑으로 살리시는 것처럼 우리도 고통 받는 이들을 끝까지 사랑하며 부활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세월호는 죽음과 절망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체념하고 지쳐있는 이들에게 참된 생명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부활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지향과 결심과 호소가 자비로우신 주님의 은총과 섭리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
2016년 4월 15일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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