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논평
“성찰도 통회도 없는 말, 말, 말”
-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한 논평
1.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자신의 죄과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2.
성찰도 할 줄 모르고 통회도 할 줄 모른 채, 시종 범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저 모습은 실로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이미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지나지 않는 자가 하는 말이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그리고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였다. 나아가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감출 수 있다고 믿었다니,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자의 파렴치와 어리석음 앞에 새삼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면서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라고 했다. 차고 넘치는 허물들을 온전히 남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태도로 국민은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라는 자가 어째서 원죄로도 상실되지 않았던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잃어버렸는지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다.
4.
“다 내려놓았다”면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던진 것은 그간 대통령이 했던 많은 말들 가운데 최악이었다. 스스로 결단해야 하는 하야를 엉뚱하게도 탄핵을 소추하고 결의하는 기관인 국회에 떠넘긴 것인 바, 이는 탄핵을 회피하려는 얕은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가엾다! 이로써 그는 그나마 명예로운 퇴진 가능성을 스스로 뭉개버렸다. 그리고 즉각적인 퇴진과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약속을 기대했던 국민의 마지막 기대마저 산산이 짓밟아 버렸다.
5.
모두가 어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지만 아직 민주주의는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 분발하여 악을 청산하는 일에 마음을 모으자!
2016.11.29.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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