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평위원장 김용태 신부와의 인터뷰 (1)
지난 한 해에 대한 소감과 올 한 해의 계획에 대해 말하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도마동성당 주임)는 대전시 유성구 갑동에 자리한 꼰솔라따 수도원에서 2017년 1월 13일(금)~14일(토)의 1박2일 일정으로 2017년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연수회를 가졌다. 이에 필자는 김용태 신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전 정의평화위원회가 보낸 2016년 한 해에 대한 소감과 신년 계획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연수회를 마친 1월 14일(토) 오후 12시 30분경, 본당사목중인 도마동 성당 사제관에서 가졌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첫번째로 지난 한 해와 올 해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도마동성당 사제관에서 2017년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17.1.14(토) 오후 12시30분경
Q.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이 되어 1년을 보냈습니다. 위원장이 되어 지난 한 해 대전정평위가 추진했던 일들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
2016년 한 해를 돌아보면, 간단하게 교회 내적인 차원과 교회 외적인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사회교리학교를 상반기 3회, 하반기 2번 등 총 다섯 번을 했습니다.
사회교리란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말하죠.
그 다음으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정세미)를 한 달에 두 차례씩 열었습니다. 한번은 천안, 또 한 번은 대전지역 그렇게 봉헌을 했어요. 이렇게 사회교리학교와 정세미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은 교회 내적 차원에서 신자들을 위한 교회의 활동입니다. 사회교리학교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교회의 기본 가르침을 교우 분들과 나누고, 정세미를 통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주제들과 만나게 하고 있어요.
정세미에서는 미사 후에 진행되는 특강을 통해서 우리시대 주요 이슈와 맞물린 다양한 주제들, 정치, 경제, 남북통일문제, 핵문제, 환경, 인권, 언론, 역사 등의 주제를 가지고, 삶의 다양성 안에서 어떻게 사회교리적 가르침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가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것이지요.
교회 외적으로는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 정평위의 주된 활동입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말합니다. 광화문의 세월호 천막, 강정마을, 위안부 수요집회,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현장 등을 방문하여 그 현장 안에서 그들과 더불어서 함께 하는 것이죠. 또 그런 현장 안에서 우리와 같은 지향을 가지고 행동하는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분들과 다양한 연대활동을 벌이는 것도 주된 활동입니다. 천주교 연대체 활동일 수도 있고 다양한 시민단체와의 연대활동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평위의 주요활동은 교회 내적인 차원과 외적인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도마동성당 사제관에서 2017년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17.1.1.14(토) 오후 12시30분경
Q. 지난 한 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서 소감이나 평가를 하신다면?
지난 한 해를 통틀어서 가장 의미있고 감동적인 사건은 국민들의 촛불혁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작년 말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나뭇가지에 눈송이가 하나 둘 쌓여갈 때 처음에는 그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립니다. 작년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역시 이미 앞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작은 변화들이 쌓여온 결과입니다. 그런 게 존재하지 않았다면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없는 변화였던 것이죠.
작년 말 광화문에 수백만이 모였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광화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백만이 아니고 다만 수백 명, 수십 명이었을지라도, 혹은 별다른 이슈가 없는 평일에 단 몇 명뿐이라도 광화문에 모여서 공동의 소중한 지향을 가지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광화문뿐만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현장 안에서, 팽목항, 제주 강정마을, 밀양, 위안부 할머니 수요 집회, 유성기업 천막 농성장, 그 밖에 해고 노동자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크고 작은 모임과 몸짓들이 그동안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지금의 이 거대한 횃불로 타오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별한 어떤 계기란 건 있었지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태블릿 PC가 발견되고 JTBC 같은 방송의 노력을 통해서 주목할 만한 계기는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를 이끈 힘의 원동력은 이미 그전부터 우리 안에 쌓아온 수많은 노력과 몸짓 그리고 항구한 지향들이었다고 봅니다.
작년 한 해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는 절망적 것들이 막 튀어나오지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발견하는 것은 바로 희망입니다.
지난 한 해 헬조선이란 표현처럼 지옥도를 보는 듯한 한 해였습니다. 막장 드라마도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지요. 그러나 그렇게 한 해가 끝나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난 한 해 마지막으로 건져 올린 것은 역시 그 희망이었습니다. 촛불에서 시작해서 횃불로 들불로 번져가는 새로운 희망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 아직 늦지 않았구나! 이 사회가 완전히 절망적인 건 아니구나! 우리 아직 죽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도마동성당 사제관에서 2017년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17.1.14(토) 오후 12시30분경
Q.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진단이나 바람을 말씀해주신다면?
진단보다는 걱정과 우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로 우리가 작년 한 해 보여줬던 촛불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 안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있었던 우려스러운 일들 말입니다.
8.15 광복, 4.19혁명, 10.26의거에 이은 5.18항쟁, 6.10항쟁 등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라는 해방과 회복을 위한 몸부림, 모든 것을 바로 세우자는 몸부림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거대한 함성이 되어서 혁명의 불길로 타올랐어요. 지금 우리의 촛불혁명도 이와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를 힘 빠지게 만드는 기억들도 함께 공존합니다. 우리의 노력을 무위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죠. 8.15광복 이후에 이승만 정권의 등장과 반민특위 실패로 인한 친일파의 부활, 4.19 혁명 이후에 5.16 군사반란, 10.26의거 이후에 12.12 군사반란 그리고 5.18항쟁에 대한 무자비한 군사진압, 이런 식이죠. 전두환 독재 말기인 1987년의 6월 민중항쟁(6.10 항쟁)이 일어나 대통령 직선제의 개헌이 이뤄졌지만, 11월 29일 KAL기 폭파 사건의 영향으로 12.16 대선에서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가 대통령이 됩니다. 그 이후에 3당 합당이 있었고요. 즉 민중의 혁명이 무위로 돌아가 버린 역사적 경험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단보다는,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과거의 전철을 되밟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작년 우리의 촛불혁명이 하나의 퍼포먼스로 끝나서는 안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 월드컵 때 모든 국민들이 붉은 악마가 되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에 '짝짜~악짝짝짝"이란 박수가 누구나 자동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월드컵의 뜨거웠던 열기가 K 리그의 붐으로 이어졌나요? 한국 축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했습니까? 축구 인프라가 구축되고, 축구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나요? 그렇지 않죠. 여전히 K리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월드컵 때가 되면 또 다시 '대한민국'을 외치며 나옵니다. 하나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촛불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광화문에서의 100만, 200만이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좌절의 길로 다시금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촛불은 광장에서 타오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 안에서 타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화문 수백만의 촛불은 하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일상 안에서의 민주주의를 이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일상 안에서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면서 주말에는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지요.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려면 광장에서 외치는 염원이 또한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원치 않는 이들은 촛불이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무시합니다. 김진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같은 이는 촛불을 폄하하면서 촛불은 곧 꺼져버린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하죠. 권력자들이 끊임없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국민들 앞에서 겸손해지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삶 안에서 타오르는 촛불입니다. 그래서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은 꼭 광화문에서만 외칠 게 아니라, '이건 아니잖아! 이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하는 깨어있는 의식들이, 집에서, 친구들과, 직장에서, 그렇게 일상 안에서 타오르는 촛불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2017년에 뭔가 크게 변화되고, 2018년에는 또 뭔가가 더 크게 변화되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장 무엇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예전보다는 좀 더 나아진 세상을 희망하면서 꾸준히 실천하는 작은 정성과 노력들 그것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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