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대량해고로 일어난 서른 번째 죽음에 대한
전국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수도회단체 성명서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호소합니다-
1. 지난 6월 27일,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문제로 인한 죽음이 서른 번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故김주중님의 영혼을 하느님께서 구원으로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슬픔과 자책에 빠져 있을 유가족과 동료 분들께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당신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그분들이 크나큰 슬픔에서 하루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09년 수천 명의 사람이 대량해고로 실직하게 된 이래 목을 매고, 연탄불을 피우고, 병을 얻어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서른 명에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서른만이 아니라 사회에 알려진 것 보다 더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수의 가정이 불화, 중독, 학대, 이혼 등으로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쌍용자동차 대량해고가 벌어진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이 죽음의 기운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또 다시 목숨을 끊는 노동자와 깨지는 가정이 더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죽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2.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여러 시선이 있습니다. 무관심한 이들도 있고, ‘안타깝지만 노사간 풀어야 할 사안이라 개개인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더 나아가 ‘회사가 어려워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인데 어쩌라는 말이냐’, 혹은 ‘10년 동안 투쟁하지 말고 다른 일을 찾지 그랬느냐’는 식의 혐오성 발언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들은 본질을 외면한 채 이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왜곡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분명 사회적 차원을 지닌 문제입니다. 대량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쌍용자동차 해고사태를 통하여 사회적 경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 위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해고가 쉽게 시도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이 당한 고통으로 인해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사회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그 고통을 해고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정에만 지워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고통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외치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나를 대신해서 사회적 불의와 모순에 희생당한 사람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이들의 정당한 외침입니다. 이미 갈등과 아픔은 사회적 차원이 되어버렸기에 무관심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러므로 관심과 연대도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야하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가장 능력이 있는 주체인 국가의 개입을 호소합니다.
3. 분명 국가는 이 문제 해결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이 지속되게 방치할 수도 있고 사회적 갈등을 매듭지어 더 이상의 아픔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 조직 안에서 우선 행정부에 호소합니다. 관련된 부처 장관을 비롯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나서서 해고노동자, 노동조합, 그리고 기업대표를 만나 대화를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소중한 주체들이지만, 각자의 입장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는 해결의 실마리를 분명히 가지고 있기에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입법부에 호소합니다.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문제는 회계 부정으로 의심되는 사례와 파업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민의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하루빨리 국정조사와 같은 방식을 통해 명백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밝혀진 진실을 근거로 해서 책임을 묻고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법부 역시 문제 해결에 노력해줄 것을 호소합니다. 최근 알려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안에서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관련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당한 재판이 이루어졌는지 밝히는 일 역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기에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4.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묻는 율법교사에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이야기 하십니다. 그러자 그 율법교사는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 30)라고 다시 질문합니다.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어 버려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그에게 자비를 베푼 착한 사마리아인의 행동을 언급하시면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루카 10,36)라고 반문하십니다.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는 이웃을 말할 때 누가 나와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인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에게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는지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러한 회심의 시선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를 바라보면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편협한 기업 이윤과 모호한 경제적 합리성을 뛰어넘어”(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127항) 새로운 시각으로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바라볼 수 있기를 호소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 안에서, 배척당하는 이들의 아픔이 하루빨리 끝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2018. 7. 11.
천주교부산교구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수원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안동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전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제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춘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생명평화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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