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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강론과글

[20141207] 김정수 베네딕토의 사회교리와 나의 삶 (대전주보)

by 편집장 슈렉요한 2016. 12. 24.

2014년 대림 제2주일(12월 7일)

대전주보

사회교리와 나의 삶

김정수 베네딕토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산골의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리고 춥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 동네는 길이 좁아서 두 대의 차가 마주 지나기 어렵습니다. 마주 들어오는 차가 멀리서 보이면 차 피하는 장소에서 나가는 차는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그 날도 바쁜 일과 때문에 눈 쌓인 길을 바쁘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네 입구에서 들어오던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랑에 한쪽 바퀴가 빠져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동네 입구는 조금 넓은지라 한쪽으로 비켜서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도 아닌 낯모르는 그 차량의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안절부절 못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어딘가에 도움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자동차보험사에 긴급구조요청을 하는 것이겠지요. 저도 그런 경우를 몇 번 접했던 터라 한나절은 걸려야 견인차가 올 수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앞을 보니 저보다 먼저 이 길을 비켜간 차량 바퀴 자국이 몇 개 눈길에 찍혀 있었습니다. 마침 저의 화물차에 실려 있는 통나무 몇 개를 도랑에 빠진 바퀴의 앞뒤에 넣고 지렛대를 이용해서 차를 조금씩 들어올리고 바퀴 밑으로 통나무를 밀어 넣는 방법으로 바퀴를 계속 높여서 결국은 자력으로 차가 나올 수 있도록 뒤에서 밀면서 차를 꺼냈습니다. 시간은 벌써 저의 예정된 일과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저는 저의 차를 타고 길을 재촉하여 일과를 뒤늦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동료는 왜 이렇게 늦었냐고 면박을 주었습니다만, 그냥 눈길에서 착한 사마리안 사람이 되었다고 하니, 동료는 이해한다는 듯 웃고 말았습니다.

 

복음을 통하여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비유를 듣고 묵상하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의 진정한 이웃이 되는 길이 그리스도를 살아가는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리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하여 사회교리학교를 수료하면서 봉사와 희생의 삶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정마을의 주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밀양 송전탑이 건설되는 마을의 주민들을 만나면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이후 집으로 돌아가서 그의 아내 혹은 가족들에게 들었을 하소연이나 투정과 비판을 어떻게 감내하였을까?’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장사봇짐을 운반하여 벌은 돈을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위해 다 써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온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나 착한 사람이었지 가족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의 가족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이 아니었을까요?

 

이 지면을 빌어 길 잃은 한 마리의 양,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버려두거나 비켜가지 않도록 사회교리를 통하여 저를 일깨워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