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미 -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사와 연극(들리나요)의 미사 중 강론
2016년 12월 5월(월) 저녁 7시 @ 새얼센터
강론.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
오늘의 복음(루카 5,17-26)
17 하루는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갈릴래아와 유다의 모든 마을과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도 앉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힘으로 병을 고쳐 주기도 하셨다. 18 그때에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을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 앞으로 들여다 놓으려고 하였다. 19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보냈다. 20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하생략)
2016년 12월 5일(월) 저녁 7시,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있는 새얼센터(성령봉사의 집)에서 올해의 마지막 정세미가 열렸다.
사진은 미사 중 강론 중인 김용태 마태오 신부의 모습
기브엔테익과 내리갚음
상호의존성과 부채의식이야말로 인간의 조건
찬미예수님
시간을 내서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 2만명 오신 것 같습니다. (실제 90명 참석)
여러분 한 분이 100명, 1천명 몫을 하시니까요. 요즘 촛불집회에서 100만명, 200만명, 대전에서도 6만명. '만'자가 들어갔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마음 만은 2만명이 오신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거룩한 미사 마지막 12월의 정세미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봉헌한 이 미사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중풍병자를 고쳐주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 아시는 내용이죠. 중풍병자를 평상에 눕혀 들고 온 사람들이 군중때문에 예수님께 가까이 갈 수 없자, 지붕으로 올라가서 기와를 벗겨내고 중풍병자의 평상을 밧줄로 내려보내죠. 결국 예수님으로부터 중풍병자가 치유를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구절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라는 구절입니다. "그의 믿음을 보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을 보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중풍병자의 믿음을 보신 것이 아니고 중풍병자를 평상에 눕힌 다음 지붕을 뚫고 그 평상을 밧줄로 묶어 내려보낸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를 살려주십니다. 결국 중풍병자는 함께 온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순전히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세상에 태어나서 내 힘만으로 태어났다." 이런 사람은 있을 수 없죠. '인간'이란 말 자체가 사람은 혼자 존재할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또 부모님으로부터 또한 수많은 사람들, 더 나아가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살아가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빚만 지고 살아가지 않고, 그 빚을 갚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면서도 살아갑니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진 빚은 나에게 도움을 준 그 사람에게 되갚는 게 아니라,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는 모습으로 갚아나간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내 인생살이에서 빚이란 것은 되갚음이거나 도로갚는 것이 아니라 내리갚음을 하는 것입니다. 마치 내리사랑과 같은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총을 우리가 무슨 수로 하느님께 그대로 되갚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우리는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통해서 그 빚을 내리갚음하는 겁니다. 왕으로부터 만 탈렌트의 빚을 탕감받은 종이 무슨 수로 그 은혜를 되갚음하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다만 자기 친구의 빚 백 데나리온을 탕감해주는 작은 자선을 통해서 내리갚음을 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의 다른 대목에서도 말씀입니다.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주어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이 악한 종아. 내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 등등 복음서 여러 곳에서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들이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내리사랑의 모습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안에서 내리갚음의 모습으로 실천해나가라 하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되갚을 수 없는 부모님의 은혜를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내리갚음하는 것이고, 내 인생살이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나를 도와주고, 나를 위해 희생하시는 분들의 사랑을 나에게 되갚을 능력이 없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자선을 통해서 갚아나가는 겁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 삶 안에는 내리사랑, 내리갚음이라는 형태의 상호의존성과 부채의식이 반드시 자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 세상에서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는 이들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사람구실을 못하는 중풍병자도 그 누군가의 도움으로 군중을 뚫고 예수님께 나아가 치유를 받고 여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도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참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는 상호의존성도 못 느끼고, 아무런 부채의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리 사랑이나 내리갚음이란 게 뭔지 모르고 그저 Give and Take 그것만 아는 사람들, 꿔주고 되받고, 꾸고 되받는 관계만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거래와 계약, 혹은 뺏고 빼앗기는 것만이 자리할 뿐, 자선과 봉사와 희생은 자리하지 않는 사람들. 거저 받는 은총을 모르기 때문에 거저 주는 사랑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 탈렌트를 탕감받고도 백 데나리온을 탕감해주지 않는 매정한 종과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 속에서는 가난하고 보잘 것이 없는 사람들은 설 곳이 없습니다. 그러한 사람들 속에서 중풍병자는 그냥 버려지고 맙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끔찍스럽게도. 그래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이게 나라냐! 이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버려지고 또 처참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이 용솟음치고 있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이 횃불이 되어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참세상을 꿈꾸는 우리의 열망과 외침이 거대한 빛이 되어 환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중풍병자도 우리와 함께 온전히 살아가는 세상. 가난한 고아와 과부도 우리와 더불어서 배불리 먹고 마시는 세상, 죽었던 사람도 다시 살아나서 함께 숨쉬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온 몸으로 환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중풍병자를 평상에 눕히고 그 평상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지붕을 뚫고 다시 평상을 밧줄로 내리는 그 수고로움을 우리도 기꺼이 감내하고자 이 추운 겨울, 자기 돈 들이고, 자기 시간 쪼개면서, 그 고생하면서 광장에 모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뜨거운 함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내리 사랑, 내리갚음의 신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결국 주님께서는 우리의 이러한 믿음을 보시고, 이 땅의 중풍병자, 또 이 땅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다 살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나라를 살려주시리라 믿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당신 닮은 나라를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바로 이러한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2016년 12월 5일(월) 저녁 7시,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있는 새얼센터(성령봉사의 집)에서 올해의 마지막 정세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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